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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까만 밤이 오고, 노랗게 달이 뜨고, 하얗게 목련 꽃봉오리가 벌어진다. 자연은 스스로 암전을 만들고 조명을 켜고 반사판을 펼친다. 그 아득한 봄밤, 목련 꽃봉오리 하얗게 핀 나무 아래, 누군가는 뜨겁게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실연으로 울음 삼키며, 그렇게 모두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된다. - 2012년 봄밤, 목련나무 아래 사진 : 아이폰4 2014. 2. 22.
도청항 우린 섬 위에 그림자처럼 서서 육지로 가는 그날의 마지막 배를 바라보았다. 그날의 태양은 동반구를 곡선으로 넘어가며 잘 익은 빛무리를 남겼고, 우린 그 빛무리에 취해 한 3년만 여기서 같이 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 2011년, 청산도, 도청항 사진 : 아이폰4 2014. 2. 22.
봄골목 한겨울에 전방으로 입대백일 휴가 즈음엔봄도 가고 그녀도 가고 춘천,시외버스터미널 부근외진 골목 안에서는까까머리 한 청춘이입을 틀어막고 운다흐억 흐억누가 볼세라어깨도 들썩이지 못하고 그를 위로하던 건그의 어깨를툭 툭토닥이며 떨어지던꽃잎 뿐이었다나 - 2012년 봄, 춘천 온의동 골목 2013. 2. 24.
2013년 1월 11일. 잡담. #01 대화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시시껄렁한 대화라도 괜찮다. 나는 대개 대화를 하면서 배웠다.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이랄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당신이 당신의 삶을 살아온 방식,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같은 것들을 알 수 있다. 당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포장하고, 또 당신의 내면에는 어떤 모습의 당신이 숨어있는지도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 미지의 당신을 알아가는 과정. 그건 아마도 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화는 간혹 개척 같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어떤 대화는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당신은 완강하게 나를 밀어내는 땅 같다. (혹은 내가 그런 역할을 맡기도 했었을 것이다.) 독초가 자라고, 늪지대가 펼쳐져 있고, 위험한 동물들이 우글거리는 그런 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땅에 .. 2013.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