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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3

2011년 9월 20일. 나는 외로움을 탄다. 나는 외로움을 탄다. 산을 등반하듯이. 팽팽한 현악기의 줄을 밀듯이. 밀어주는 사람 없는 그네에 앉아 허공으로 발을 구르듯이. 당신 없는 곳에서 외로움을 탄다. 가끔 집에 돌아오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텅 빈 가로등 불빛 밑에 가 서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밑에서 불빛에 따뜻하게 몸을 적시고 싶다. 그리고 때론, 비가 내리고 난 뒤 외딴 나무 아래에 가서 우산을 쓰고 싶다. 그리고 나무 밑둥을 흔들어 남아있던 빗방울들을 내 우산 위로 자박자박 내리게 하고 싶다. 당신은, 그러니까 어둠 속의 가로등 불빛 같고, 비가 그친 뒤 외따로 떨어진 빗방울 같은 사람. 날이 밝으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늘이 개면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멀리 썰물이 나갈 때만 언뜻 보이는 흰 모래등처럼, 영원히 함께일 수는 없는 사람. 그.. 2011. 9. 20.
2011년 7월 28일. 잡담. 그 이후 수개월이 지났다. 가끔은 당신 생각을 한다. 당신이 걷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당신의 목소리를 떠올려 본다. 당신이 웃을 때 내던 웃음소리와 몸짓도 떠올려 본다. 당신의 손가락 생김새와 당신의 표정, 당신의 옷차림을 떠올려 본다. 당신이 핸드크림을 바를 때,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칠 때, 식사를 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도 떠올려 본다. 당신은 내게 많은 걸 남기고 갔지만 이제 나는 그런 게 어떤 것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 이후로 수개월이 지났다. 나에게 그때 그 일은 예상을 뒤집어엎는 전개였었다. 그런 전개를 생각한 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때가 바로 그때일 줄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한동안 당신을 탓하기도 했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체가 당신이었다고 .. 2011. 7. 28.
2011년 7월 1일. 잡담. #01 ...에게 트위터에 빠져 있다 보니 너에게 소홀한 나를 발견했어. 그렇다고 내가 너에게 죽을 둥 살 둥 매달려 있었던 것도 아니지마는, 대략 4-5년 전 너를 만난 이래로 넌 내가 힘들 때마다 숨어들 수 있는 외지고 습습한 다락방 같은 곳이었거든. 바깥에선 나를 꾸며대느라 정신 없어도 너를 만나면 빤쓰 바람이라도 부끄럽지 않았어. 구름이 해를 가리듯, 우울과 슬픔이 내 공간에 서늘하고 축축한 응달을 드리울 때, 너와 함께 있으면 간절기 외투를 껴 입는 것처럼 내 기분은 한결 포근해졌고,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격해져서 인간 관계에 대한 분노와 어지럼증이 늦가을 서리처럼 돋아오를 때, 널 떠올리면 두꺼운 외투 주머니 속에 있는 손난로를 쥐는 것 같은 따스한 기분이 들었지. 지금이야 트위터와 외도 중이.. 2011.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