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노로그/씽크어바웃5

댓글이 의무적인 때가 있었다 댓글이 의무적인 때가 있었다. 블로그 상에서 인맥을 늘리기 위해서, 알고 지내게 된 블로거가 새로운 포스트를 올리면, 포스트의 내용에 상관없이 댓글을 다는 식이었다. 내가 관심없는 포스트에도,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포스트에도, 예의를 차린 댓글을 달곤 했다. 이를테면, "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라든가,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주네요", 혹은 "좋은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따위의 댓글들이었다. 중요한 알맹이는 빠져 있고 보기좋게 꾸며놓은 껍데기 뿐인 댓글이었다. 이렇게 알고 지내게 된 블로거들에게 형식적인 댓글을 달면, 똑같이 의무적인 댓글들이 내게로 돌아왔다. 그렇게 내가 올린 포스트에도 댓글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당시엔 좋은 블로거보다는 잘 나가는 블로거가 되고 싶었다. 내가 작성한 하나의.. 2011. 3. 28.
고맙다는 말 그가 고맙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유는 부채감을 안고 있으려는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고맙다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걸 갚았고, 할 거 다 해줬다고 생각하면서 그 고마움을 쉽게 잊기 때문이라고 한다. 굳이 세 번째 이유라면 그는 쑥쓰러움을 잘 타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네 번째 이유로 그는 '고마움'의 희소 가치를 위해 고맙다는 말을 남겨두는 것이라고도 했다. 내가 오늘 그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입에 붙여 보라고 말한 것은, 그가 마음에서 이는 감정을 바깥으로 잘 표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의 구구절절한 변명을 잘 듣긴 했지만, 그가 고맙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에는 여전히 불만이다. 나는 그가 .. 2010. 9. 17.
활짝 피어있는 꽃을 본다. 수줍은 듯 겸손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있게 피어있는 꽃을. 절정에 다다른다는 것은 그런 것! 하지만 절정이란 오고 나면, 갈 채비를 한다. 어린 시절이 그러하고, 청춘이 그러하고, 아름다운 시절이 그러하듯. 시간과 세월이 누군가를 위해 멈춰주지 않듯. 절정에 오른 꽃은 그래서 떨어지는 것이다. 시간과 세월이 꽃을 위해 멈춰주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아름다웠던 시절이 모두 지나갔기 때문에. 그래서 떨어지는 꽃을 보면, 영원히 절정에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형기는 이렇게 노래했다.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이지만, '청춘은 무성한 녹음과 머지않아 열매맺을 가을을 향하여 꽃답게 죽는다'고. 그의 시를 읽으면서 다시 알게 된다. 영원히.. 2009. 4. 23.
오후 한때의 꽃내음을 아련히 추억하며 #.01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구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살면서 많은 것들을 잃어간다. 김광석 식대로 이야기하자면 내 주변에 있는 것들과 매순간 이별하는 셈이다.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면 내가 느낀 감정들과 내가 본 풍경들과, 내가 들었던 소리들과, 내게 닿았던 모든 촉감들을 잃어가가는 것이다. 그것을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느꼈던 설렘, 기쁨, 슬픔, 내가 보았던 거리의 풍경과 그들의 모습, 내가 들었던 공연장의 음악 소리와 그 혹은 그녀의 목소리, 내게 불었던 바람과 내 발목을 적셨던 바닷물의 감촉을 잃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깡그리 모아 놓으면 우리는 우리를 존재하게 했던 지난 모든 시간들과 이별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누구나 이 이별의 숙명을 거스를.. 2009.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