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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2

2011년 10월 14일. 잡담. 분기별로 생리한다는 말에 욱했었지. 어떤 장난, 혹은 농담은 장난이고 농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씨발'이란 말을 이빨 사이에 씹어물기도 한다. 아마도 '미친놈ㅋㅋㅋ' 정도의 댓글을 남겨주는 것이 도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 씨발 좆같네.'라는 감정이 내면에서 용솟음치는 것을 견디다 못해 결국은 야리꾸리하게 '?'란 댓글을 남겨버리고 말았다. 하나의 기호이지만 여러모로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는 퀘스천 마크. 욱했던 감정의 잔여물이 조금은 묻어 있었다, 그 마크에는. 친구들로부터 하도 많이 들은 이야기라 이제는 나 스스로 지레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남들은 알지만 나는 모르는 자아'라고 생각했던 것들. 계집애 같다거나, 여성적이라는 말은 심심찮게 들었고, 심하게 '게이'라는 소리도 귀.. 2011. 10. 14.
2011년 10월 8일. 잡담. 신난다. 으히히. 이유없이 신나네. 오후엔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열람실에서 광분의 헤드뱅잉을 했고, 저녁 때엔 태욱이 횽 모의고사 12문제를 풀어서 4문제 밖에 못 맞췄기 때문에 신날 이유가 없는데... 괜히 신나. 아 뭐야. 나도 내가 왜 신나는지를 모르겠어. 왜 신나는지 알고 싶다. 왜 신나 하는 거야, 이 미친놈아. ㅋㅋㅋ 오늘 시간 나면 엽서를 써 볼까? 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엽서 써 보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질 않는다. 부모님께 써 드리고는 싶은데, 공부나 할 것이지 엽서를 쓰고 앉았냐며 핀잔 들을 것 같아서 패쓰! 아는 애들 주소를 몇 개 적어놓은 게 있었다면 대충 골라서 몇 사람에게 써 보냈을 것 같기도 한데, 요즘 주소를 적어놓기를 하나, 뭐. 싸이주소, 이메일 주소, 페북주소, 죄다 이런.. 2011. 10. 8.
2011년 10월 6일. 새벽부터 잡담. 매번 계절이 바뀌려고 하면 민감해진다. '신경질적'이 된다는 말은 아니다.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게 된다는 의미이다. 특히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계절의 변화에 더 민감한 것 같다. 살갗으로 느낄 수 있는 대기의 변화, 그 계절만이 뿜어낼 수 있는 냄새, 하늘의 원근감. 아마도 이런 감각적인 것이 변화를 감지하는 것들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일 테고, 보통 사람들은 바로 이런 감각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게 보통인 것 같다. 근데 나는 그 이전부터 계절에 반응한다. 비가 오기 전에 뼈 마디가 쑤시는 걸 느끼는 것과 비슷하달까? 어쨌든 계절이 바뀌려고 하면 나는 나도 모르게 예민해져 있다. 그럴 때면 꼭 여러 감정들이 내 안에 들어 차서는 포화 상태를 이룬다. 정말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찰랑찰랑거린.. 2011. 10. 6.
2011년 10월 4일. 잡담. #01. 사랑이 아직도... 사랑이란 게 참 거지 같다. 내 사랑은 내가 열망할 땐 저 멀리 떨어져 있었고, 내가 돌보지 않을 땐 내 곁에 와서 서성였었다. 시소를 타듯 서로와 마주 앉았으면서도 우리는 한 치도 가까워지지 못했지. 우리는 어쩜 그렇게도 거릴 두고 앉아서 보다가 보았다가 보다가 보았다가 오르락 내리락 하며 단조로이 사랑 같지도 않은 사랑을 했던가. 내가 몸을 낮춰 사랑을 바라볼 때 사랑은 딴곳을 바라보며 경탄했고, 사랑이 몸을 낮춰 나를 바라볼 땐 내가 딴곳에 한눈 팔았지. 딴곳을 보다가 사랑을 보았다가 딴곳을 보다가 사랑을 보았다가. 그때마다 사랑은 반대로 나를 보았다가 딴곳을 보다가 나를 보았다가 딴곳을 보다가. 정끝별 시인의 말마따나 '가지를 사이에 두고 / 꽃만 보며 SeeSaw S.. 2011.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