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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2

엽서들 1 재밌는 엽서다. 엽서 뒤에 FREIBURG IM BREISGAU / Wasserspeier am Münster 라고 적힌 것을 보니, 독일 프라이부르크임브라이스가우(FREIBURG M BREISGAU) 지역에 있는 대성당(Münster)의 낙수구(落水口, Wasserspeier) 중 하나이다. 본래 이 지역 대성당의 낙수구가 특이하단다. 보통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헌데 이 엽서에 보이는 형상은 더 특이하다. 악마라기보다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사나이의 포즈가 너무 우수꽝스럽다. 설마 예수는 아니겠지요. 영국 런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술 작품 중 하나이다. 작품을 그린 화가는 '클로드 모네(Claude-Oscar Monet.. 2011. 10. 2.
2011년 9월 23일. 시간에 묻히는 시간. '마지막'이라는 말은 아쉽고 쓸쓸하고 허전하고, 또 아름다워. 모든 '마지막'이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마지막'은 아름답다는 이유로 감정 밑에서부터 왈칵 올라오는 슬픔을 동반하기도 하지. 그런 '마지막'을 '아름다운 마지막'이라고 말하기도 하던가. 어쨌든 나의 오늘이 눈물겹도록 가슴 아린 건 아마도 그 때문인 것 같아. 오늘은 영화 '서편제' 세트장과 촬영지, '봄의 왈츠' 세트장을 간단히 보고, 항구에 나와 점심을 먹었어. 우리 모두 조금씩은 지쳐 있었지. 하지만 치열한 뭍의 세계보다는 섬의 세계가 평화로웠기에 오후 첫배를 타야 하는 게 여간 아쉽지 않았어. 하지만 더불어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 우리가 지금 느끼는 '평화로움에 대한 아쉬움'이 언젠가는 '지루함' 혹은 '.. 2011. 9. 24.
2011년 9월 22일. 청산도 두 번째 날. 청산도 두 번째 날. 권덕리 마을 - 범바위 - 징기미 해변 - 청계리 마을 - 신흥리 해수욕장 - 상서리 마을 - 도청항 - 권덕리 마을 권덕리 마을에서 남쪽 해변을 내다 봤어. 내다봤던 바닷가로 내려왔더니 한적한 해변이 보였어. 우리 여기서 뭐하고 있었더라? 범바위 올라가다 내려다 본 광활한 바다 바다. 지구는 둥글어. 범바위 가는 길이야. 앞서 가는 문탱과 뒤돌아 손 흔드는 고여사. 내 친구들. 낑낑대며 범바위 위에 올라갔어. 청바지라 힘들었어.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 놓곤 소원 비는 걸 깜빡했네. ㅠㅠ 소원 빌면 다 이뤄준다고 했는데. 범바위 내려와서 징기미 해변으로 가는 길이야. 징기미 해변이야. 모래사장 대신 둥글둥글한 돌들이 파도에 구르르르 굴러다니는 걸 볼 수 있었지. 슬로길을 열심히 걷다가.. 2011. 9. 23.
2011년 9월 20일. 나는 외로움을 탄다. 나는 외로움을 탄다. 산을 등반하듯이. 팽팽한 현악기의 줄을 밀듯이. 밀어주는 사람 없는 그네에 앉아 허공으로 발을 구르듯이. 당신 없는 곳에서 외로움을 탄다. 가끔 집에 돌아오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텅 빈 가로등 불빛 밑에 가 서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밑에서 불빛에 따뜻하게 몸을 적시고 싶다. 그리고 때론, 비가 내리고 난 뒤 외딴 나무 아래에 가서 우산을 쓰고 싶다. 그리고 나무 밑둥을 흔들어 남아있던 빗방울들을 내 우산 위로 자박자박 내리게 하고 싶다. 당신은, 그러니까 어둠 속의 가로등 불빛 같고, 비가 그친 뒤 외따로 떨어진 빗방울 같은 사람. 날이 밝으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늘이 개면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멀리 썰물이 나갈 때만 언뜻 보이는 흰 모래등처럼, 영원히 함께일 수는 없는 사람. 그.. 2011.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