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12

2011년 7월 28일. 잡담. 그 이후 수개월이 지났다. 가끔은 당신 생각을 한다. 당신이 걷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당신의 목소리를 떠올려 본다. 당신이 웃을 때 내던 웃음소리와 몸짓도 떠올려 본다. 당신의 손가락 생김새와 당신의 표정, 당신의 옷차림을 떠올려 본다. 당신이 핸드크림을 바를 때,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칠 때, 식사를 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도 떠올려 본다. 당신은 내게 많은 걸 남기고 갔지만 이제 나는 그런 게 어떤 것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 이후로 수개월이 지났다. 나에게 그때 그 일은 예상을 뒤집어엎는 전개였었다. 그런 전개를 생각한 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때가 바로 그때일 줄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한동안 당신을 탓하기도 했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체가 당신이었다고 .. 2011. 7. 28.
2011년 7월 1일. 잡담. #01 ...에게 트위터에 빠져 있다 보니 너에게 소홀한 나를 발견했어. 그렇다고 내가 너에게 죽을 둥 살 둥 매달려 있었던 것도 아니지마는, 대략 4-5년 전 너를 만난 이래로 넌 내가 힘들 때마다 숨어들 수 있는 외지고 습습한 다락방 같은 곳이었거든. 바깥에선 나를 꾸며대느라 정신 없어도 너를 만나면 빤쓰 바람이라도 부끄럽지 않았어. 구름이 해를 가리듯, 우울과 슬픔이 내 공간에 서늘하고 축축한 응달을 드리울 때, 너와 함께 있으면 간절기 외투를 껴 입는 것처럼 내 기분은 한결 포근해졌고,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격해져서 인간 관계에 대한 분노와 어지럼증이 늦가을 서리처럼 돋아오를 때, 널 떠올리면 두꺼운 외투 주머니 속에 있는 손난로를 쥐는 것 같은 따스한 기분이 들었지. 지금이야 트위터와 외도 중이.. 2011. 7. 1.
2010년 2월 25일. 잡담. #01 서평을 올리지 못한 책들 지난한 슬럼프에서 헤어나올 요량으로 다시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독서평을 올리지 못한 책들이 많다. 루카치의 , 카의 , 황석영의 , 조정래의 , 박민규의 . 그 외에 jissi에게 선물로 받은 책인 김혜남의 과 상기형이 권하며 빌려준 윤오영의 수필집 , 엄이 읽어보라고 빌려준 이한종의 시집 등과, 읽고도 서평을 올리지 못한 무수한 책들. 이 와중에 친구에게 진중권의 를 빌려달라고 했다. 지금 내가 펼쳐놓은 책은 철학 입문서인 이진경의 이다. 책에 대한 욕심만 많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정작 아무 것도 하질 못하면서도. #02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펼쳐든 책 는, 철학 입문서 정도에 불과하다는데도 오랫동안 독파하지 못한 채로 책꽂이에만 모셔 두었던 책이다.. 2011. 2. 25.
서른 살의 네가 서른 살의 네가 기억할는지 모르겠다. 열 여섯 살의 네가 비 오는 날 내게 적어 보낸 편지에, 이런 날은 센치해진다고 비처럼 잔잔히 읊조렸던 것을. 그 이후로 창가에 빗방울이 빼곡히 듣기 시작하면, 나는 이유없이 센치해진 마음으로, 열 여섯 살의 너를, 열 여덟 살의 너를, 그리고 스무 살, 또 서른 살의 너를, 가만히 떠올리곤 했다. 그래서 열 여섯 살 이후로 내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너는 어디에든 있었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 오고 잎사귀들이 조용히 일렁이면, 그리고 쌀알처럼 빗방울이 하얗게 흩어지며 쏟아지기 시작하면, 내 마음은 충만에 달뜨기도 하고 빈곤에 허덕이기도 하며 너와 나 사이의 뵈지 않는 간격을 오랫동안 가늠해 봤다. 센치해진 마음으로 떠올리는 '너'는 여백 위에 수성펜으로 써놓은 글자 .. 2010.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