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말은 아쉽고 쓸쓸하고 허전하고, 또 아름다워. 모든 '마지막'이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마지막'은 아름답다는 이유로 감정 밑에서부터 왈칵 올라오는 슬픔을 동반하기도 하지. 그런 '마지막'을 '아름다운 마지막'이라고 말하기도 하던가. 어쨌든 나의 오늘이 눈물겹도록 가슴 아린 건 아마도 그 때문인 것 같아.
오늘은 영화 '서편제' 세트장과 촬영지, '봄의 왈츠' 세트장을 간단히 보고, 항구에 나와 점심을 먹었어. 우리 모두 조금씩은 지쳐 있었지. 하지만 치열한 뭍의 세계보다는 섬의 세계가 평화로웠기에 오후 첫배를 타야 하는 게 여간 아쉽지 않았어.
하지만 더불어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 우리가 지금 느끼는 '평화로움에 대한 아쉬움'이 언젠가는 '지루함' 혹은 '지긋지긋함'으로 변색될 것이고, 머지않아 평화로운 삶보다는 분주한 도시의 삶을 동경하게 될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떠나기는 싫지만 여기 눌러앉아 있어도 언젠간 이런 삶에 회의를 느낄 게 뻔하다고 우리 셋 다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겠지. 이런 청춘의 변덕은 어린 아이의 투정처럼 막무가내가 아니라서 밉지는 않아. 아무것도 모르고 떼쓰는 게 아니라 모든 걸 알고 앓는 소리 하는 거라서 말야.
어쨌든 우린 여행에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써 놓은 글을 퇴고하듯 찍어둔 사진들을 자꾸만 되읽고 새로운 사진들을 또 자꾸만 채워넣었지. 기억은 아슴하게 남겠지만, 사진은 선명하게 남을 것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LCD 화면에 쉼없이 새겨 넣었어.
그래도 지나간 시간은 새로운 시간에 묻힐 거야. 처음 며칠은 이 시간에 사로 잡혀 있을테지만, 새로운 시간들이 내려 쌓일수록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을 점점 망각해 가겠지. 휴대폰 사진첩의 사진들을 손가락 몇개로 무심히 쓸어 넘겨버리듯 우린 이 시간들을 무심히 넘기곤 할거야. 그리고 언젠가 어떤 기회로 이때의 시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그때나 되어서야 잠깐 생각하지 않을까? 그땐 뭐 때문이었는지 참 아쉬웠었다고.
나는 그걸 잊는 게 싫어서 그날 왜 그렇게도 우리가 아쉬워 했는지 남겨두려고. 우리가 만난 게 짧게는 18년, 길게는 24년. 그런 우리가 앞으로 이렇게 셋이 오늘처럼 떠날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나는 오늘의 '마지막'이 다시는 오지 않을 마지막일 것만 같아서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마음이 좀 그랬어. 시간은 흐를 것이고, 우리의 파랬던 청춘은 조금씩 물들겠지. 언젠가, 우리가 이때 공유했던 사소하고 소중했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을까? 지난 밤 차올랐던 슬픔과 짓궂었던 장난과 누군가에 적어 보냈던 엽서와 서로의 발바닥을 풀어주던 손길과 잠결에 곤하게 주고 받았던 말들과 까만 천체 위를 운행하던 별들과 그 밑에서 날개를 저으며 대기 위를 날던 반딧불이를... 우리가 조금이나마 떠올려 보긴 할 수 있을까? 사진 속에서처럼 지친 얼굴을 하고도 저렇게나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던 걸 훗날 어느날의 우리가 기억을 할 수 있을까?
+ 완성도가 낮은 일기가 되어 버렸지만, 이대로 둬야지. 완결성이 높아질수록 포스트를 방치해 둘 게 뻔하니까. 이렇게 두고 오래 들여다 보며 기억해야지.
+ 보영이 보고 싶다.
+ 고등학교 때에는 웅호가 있었고 대학교 때에는 웅호가 빠지고 보영이가 있었지. 이젠 우리 셋이네.
+ .... 후. ㅋㅋㅋㅋㅋ 그 외 감정표현은 삼간다.
오늘은 영화 '서편제' 세트장과 촬영지, '봄의 왈츠' 세트장을 간단히 보고, 항구에 나와 점심을 먹었어. 우리 모두 조금씩은 지쳐 있었지. 하지만 치열한 뭍의 세계보다는 섬의 세계가 평화로웠기에 오후 첫배를 타야 하는 게 여간 아쉽지 않았어.
하지만 더불어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 우리가 지금 느끼는 '평화로움에 대한 아쉬움'이 언젠가는 '지루함' 혹은 '지긋지긋함'으로 변색될 것이고, 머지않아 평화로운 삶보다는 분주한 도시의 삶을 동경하게 될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떠나기는 싫지만 여기 눌러앉아 있어도 언젠간 이런 삶에 회의를 느낄 게 뻔하다고 우리 셋 다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겠지. 이런 청춘의 변덕은 어린 아이의 투정처럼 막무가내가 아니라서 밉지는 않아. 아무것도 모르고 떼쓰는 게 아니라 모든 걸 알고 앓는 소리 하는 거라서 말야.
어쨌든 우린 여행에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써 놓은 글을 퇴고하듯 찍어둔 사진들을 자꾸만 되읽고 새로운 사진들을 또 자꾸만 채워넣었지. 기억은 아슴하게 남겠지만, 사진은 선명하게 남을 것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LCD 화면에 쉼없이 새겨 넣었어.
그래도 지나간 시간은 새로운 시간에 묻힐 거야. 처음 며칠은 이 시간에 사로 잡혀 있을테지만, 새로운 시간들이 내려 쌓일수록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을 점점 망각해 가겠지. 휴대폰 사진첩의 사진들을 손가락 몇개로 무심히 쓸어 넘겨버리듯 우린 이 시간들을 무심히 넘기곤 할거야. 그리고 언젠가 어떤 기회로 이때의 시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그때나 되어서야 잠깐 생각하지 않을까? 그땐 뭐 때문이었는지 참 아쉬웠었다고.
나는 그걸 잊는 게 싫어서 그날 왜 그렇게도 우리가 아쉬워 했는지 남겨두려고. 우리가 만난 게 짧게는 18년, 길게는 24년. 그런 우리가 앞으로 이렇게 셋이 오늘처럼 떠날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나는 오늘의 '마지막'이 다시는 오지 않을 마지막일 것만 같아서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마음이 좀 그랬어. 시간은 흐를 것이고, 우리의 파랬던 청춘은 조금씩 물들겠지. 언젠가, 우리가 이때 공유했던 사소하고 소중했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을까? 지난 밤 차올랐던 슬픔과 짓궂었던 장난과 누군가에 적어 보냈던 엽서와 서로의 발바닥을 풀어주던 손길과 잠결에 곤하게 주고 받았던 말들과 까만 천체 위를 운행하던 별들과 그 밑에서 날개를 저으며 대기 위를 날던 반딧불이를... 우리가 조금이나마 떠올려 보긴 할 수 있을까? 사진 속에서처럼 지친 얼굴을 하고도 저렇게나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던 걸 훗날 어느날의 우리가 기억을 할 수 있을까?
+ 완성도가 낮은 일기가 되어 버렸지만, 이대로 둬야지. 완결성이 높아질수록 포스트를 방치해 둘 게 뻔하니까. 이렇게 두고 오래 들여다 보며 기억해야지.
+ 보영이 보고 싶다.
+ 고등학교 때에는 웅호가 있었고 대학교 때에는 웅호가 빠지고 보영이가 있었지. 이젠 우리 셋이네.
+ .... 후. ㅋㅋㅋㅋㅋ 그 외 감정표현은 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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