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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로그/다이어리

2011년 9월 20일. 나는 외로움을 탄다.

by 오후 세 시 2011. 9. 20.
 나는 외로움을 탄다. 산을 등반하듯이. 팽팽한 현악기의 줄을 밀듯이. 밀어주는 사람 없는 그네에 앉아 허공으로 발을 구르듯이. 당신 없는 곳에서 외로움을 탄다.

 가끔 집에 돌아오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텅 빈 가로등 불빛 밑에 가 서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밑에서 불빛에 따뜻하게 몸을 적시고 싶다.

 그리고 때론, 비가 내리고 난 뒤 외딴 나무 아래에 가서 우산을 쓰고 싶다. 그리고 나무 밑둥을 흔들어 남아있던 빗방울들을 내 우산 위로 자박자박 내리게 하고 싶다.

 당신은, 그러니까 어둠 속의 가로등 불빛 같고, 비가 그친 뒤 외따로 떨어진 빗방울 같은 사람. 날이 밝으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늘이 개면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멀리 썰물이 나갈 때만 언뜻 보이는 흰 모래등처럼, 영원히 함께일 수는 없는 사람.

 그렇게 당신을 볼 수 없을 때마다,

 나는 외로움을 탄다. 당신이 없어서, 당신을 보려고, 외로움을 탄다. 산을 오르듯, 현악기 줄을 당기듯, 그네에 앉아 출렁이듯, 오래 밀렸던 월급봉투를 타듯,

 당신이 없을 때마다 당신에게 가려고 외로움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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