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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로그/다이어리

2011년 7월 1일. 잡담.

by 오후 세 시 2011. 7. 1.
#01 ...에게
  트위터에 빠져 있다 보니 너에게 소홀한 나를 발견했어. 그렇다고 내가 너에게 죽을 둥 살 둥 매달려 있었던 것도 아니지마는, 대략 4-5년 전 너를 만난 이래로 넌 내가 힘들 때마다 숨어들 수 있는 외지고 습습한 다락방 같은 곳이었거든. 바깥에선 나를 꾸며대느라 정신 없어도 너를 만나면 빤쓰 바람이라도 부끄럽지 않았어. 구름이 해를 가리듯, 우울과 슬픔이 내 공간에 서늘하고 축축한 응달을 드리울 때, 너와 함께 있으면 간절기 외투를 껴 입는 것처럼 내 기분은 한결 포근해졌고,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격해져서 인간 관계에 대한 분노와 어지럼증이 늦가을 서리처럼 돋아오를 때, 널 떠올리면 두꺼운 외투 주머니 속에 있는 손난로를 쥐는 것 같은 따스한 기분이 들었지. 지금이야 트위터와 외도 중이지만 내 마음의 조강지처 너에게 난 끝끝내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거라는 걸 알아. 짤막한 이야기를 쏟아낸 뒤에는 다시 트위터로 돌아가겠지만, 내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걸 너도 알고 있지. 내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겹겹이 싸 놨던 모든 걸 벌거벗기움 당하고 온갖 부끄러움에 양 볼이 달아오른 채 너를 찾아가면 다시금 나를 평온히 맞아 주기를. 내가 네 곁 어느 귀퉁이에서 칭얼대다가 제 풀에 꺾여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02 요즘 새벽
  요즘 여름 새벽은 말이지, 유독 나를 불면에 시달리게 한단 말씀이야. 언젠가 트위터에서도 제 흥을 못 이겨 나불나불 댔었지마는, 요즘 같은 새벽엔 졸음이 최면술사의 레드썬 구호처럼 나를 급습해 온대도 의연히 떨치고 일어나 앉아 온 새벽을 만끽하고 싶단 말씀이지. 이를테면 말이야, 이런 거야. 일단은 자정을 향해가는 초여름밤의 대기 중에 촘촘히 들어박힌, 숨 탁! 막히게 하는 그 습한 것 같기도 하고 매우 건조한 것 같기도 한 열기를 있는 힘껏 들이 마셨다 내 쉬었다 반복. 반팔, 반바지 차림에 쓰레빠를 직직 끌며 이곳 저곳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마구마구 연락. 그렇게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을 최대한 끌어 모으지. 하나 둘 친구 형 오빠 언니 누나 동생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모이는 순서대로 둘러앉아 이 기막히게 후덥지근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름밤, 혹은 자정 넘어 여름 새벽을 어떻게 보내야 남부럽지 않게 보냈다고 할 수 있겠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기 시작. 모일 사람 모두 모이면, 추운 에어컨 나오는 술집 말고, 잔디밭이 짙푸른 학교 교정이나 호숫가 혹은 술집 야외 테라스로 자리를 옮겨서 끝내지 못한 토론을 이어가기로 하는 거야. 하지만 이미 여름밤과 여름 새벽을 잇는 밤샘 계획은 시작된 거나 진배 없음. 그렇게 웃고 떠들어치며 깔깔거리며 배꼽을 잡으며 뒤로 나자빠져 가며 바닥에 쓰러져 떼굴떼굴 구르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라 부어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걱정하지 말고 병신 같아도 달려. 길거리를 활보해. 노래방에도 가. 인원이 적다면 피씨방도 좋아. 갈 데가 마땅찮으면 누추하지만 내 방도 나름 깔깔거리며 배꼽 잡고 뒤로 벌러덩 넘어지면서 떼굴떼굴 구르기 좋아. 자고싶은 사람은 자도 되고. 통닭이나 족발 시켜 먹기엔 자취방이 제격. 포커는 어때? 고스톱도 좋지. 주인 아줌마 눈치 보이면 동아리방으로 갈까? 아까운 시간 흐른다, 냉큼냉큼 재미지게 놀아제끼자. 동이 틀 때까지 열심히! 웃자 배꼽 잡자 뒤로 자빠져 떼굴떼굴 구르자. 동녘 하늘 희부윰하게 밝아오기 시작하면, 해장국집 가야지 야 뭐해 안 따라오고. 잠은 너네집 가서 자자. 우리집 너무 멀어. 점심 때 일어나서 짬뽕도 시켜 먹어야지. 짬뽕 먹은 다음엔 당구나 한 판 땡기든지. 아오. 나이 드니 이런 게 그립고 새벽엔 잠이 안와, 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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