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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더미/내가 읽은 책

[책/역사]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유시민

by 오후 세 시 2011. 3. 20.

내머리로생각하는역사이야기
카테고리 역사/문화 > 역사일반 > 역사이야기
지은이 유시민 (푸른나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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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의 책을 읽었다. 이미 읽은 지는 오래 되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서평을 올린다. 서평을 미룬 까닭은, 딱히 이 책에 대해 평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읽은 책들은, 서평으로 매듭지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다시 키보드 위에 열 손가락을 사뿐히 얹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책머리에'에서 유시민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루기 위해 쓰여졌다. 더불어 유시민은 이렇게 썼다.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처럼 훌륭한 책이 있지만, 이 영국인 학자는 주로 유럽 역사의 예를 가지고 역사를 설명하기 때문에 우리 독자에게는 '영양가는 풍부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생소한 서양 음식과 같다. 그래서 나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이 책을 쓰면서 우리나라 역사의 사례를 들어 역사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려고 힘 닿는 만큼 애를 썼다" 요약하면 이렇다. 1.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가 무엇이냐는 본질적 질문을 대답해 주는 훌륭한 책이다. 2. 하지만 한국 독자가 읽기엔 사례로 드는 유럽역사가 생소하다. 3. 그래서 한국의 역사를 사례로 들어 한국판 <역사란 무엇인가>를 썼다. 유시민의 배려 때문인지 책은 술술 잘 읽힌다. 한국 독자들이 어렵게 생각할 것이라고 예상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각 장마다 미주를 붙여 두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 했다.

  어쨌든, 여러 모로 책을 바라본 결과, 이 책은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기 전에 한 번쯤 일어볼 만한 선수 학습서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의 의미를 크게 깍아내리는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시민이 하고 싶은 말은 어쨌든 이전에 E.H.카가 모두 했었으니까. 유시민은 단지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카의 이야기를 한국식대로 설명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유시민이 이 책을 거저 썼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유시민이 해 준 것이다. 카의 이야기를 이해시키기 위해 한국의 주요 역사들을 선정해 배치하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작업을 우리나라의 역사가가 아닌 유시민이 해줬다는 것에 대해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은 "내 머리로 생각하는 한국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사 전반을 알고 싶다면, 과감히 이 책은 내려놓아야 한다. 이 책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써진 책이다. 또 이 책은 한국의 역사를 토대로 써진 책이기 때문에 역사가 무엇이냐는 본질적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진 못한다. 아무래도 한국의 역사만을 사례로 들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역사 전반을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작자의 잘못은 아니다.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의 역사를 끌고 들어와야만 할테니, 적당한 선에서 그쳐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 역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갈증이 더 인다면,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넘어가야 할 것이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들, 역사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미 역사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쌓은 독자들이라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독자들이라도 한 번쯤은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유시민은 글빨이 좀 서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