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흥미/관심27

[시] 그리운 우체국 - 류근 상처적체질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지은이 류근 (문학과지성사, 2010년) 상세보기 그리운 우체국 - 류근 옛사랑 여기서 얼마나 먼지 술에 취하면 나는 문득 우체국 불빛이 그리워지고 선량한 등불에 기대어 엽서 한 장 쓰고 싶으다 내게로 왔던 모든 이별들 위에 깨끗한 우표 한 장 붙여주고 싶으다 지금은 내 오랜 신열의 손금 위에도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시절 낮은 지붕들 위로 별이 지나고 길에서 늙는 나무들은 우편배달부처럼 다시 못 만날 구름들을 향해 잎사귀를 흔든다 흔들릴 때 스스로를 흔드는 것들은 비로소 얼마나 따사로운 틈새를 만드는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별이 너무 흔해서 살아갈수록 내 가슴엔 강물이 깊어지고 돌아가야 할 시간은 철길 건너 세상의 변방에서 안개의 입자들처럼 몸을 허문다 옛사.. 2011. 9. 30.
[시] 가을 바람 - 맹은지 가을 바람 - 맹은지(現 ebs 국어강사) 바람이다. 날 설레게 만드는 이. 손가락 마디마디 간질이 듯 간질이 듯 머리칼 한올한올 휘감돌 듯 휘감아돌 듯 연갈빛 바람이 부는가 하면 그 바람은 이내 청량한 하늘빛이 된다. 하늘을 닮은 그 빛은 이내 시리도록 내 가슴을 파고든다. 시린 그 빛에 나는 또 한번 벅차오른다. 날 설레게 만드는 이, 파고드는 그 빛은 바람이었다. #01 바람의 이야기 '바람'은 '손가락 마디 마디'와 '머리칼 한 올 한 올'에 감겨들어와 '날 설레게' 한다. '바람'은 무형의 존재. 어디든 '파고든다'. 우리 마음에 꼭 닫아둔 창이 있다면, '바람'은 그 창 틈새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결국엔 우리 마음에까지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정적인 대기(大氣)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람.. 2011. 7. 11.
[영화/드라마] 천사의 숨소리(2011) 천사의 숨소리 감독 한지원 (2011 / 한국) 출연 김영선,한지원 상세보기 제목 : 천사의 숨소리 감독 : 한지원 출연 : 재민(한지원), 영란(김영선), 지한(전지한), 준열(서준열), 광민(하광민), 정훈(김선국) 개봉 : 2011 #01. 들며. 내가 전화를 하면 우리 엄마도 영란처럼 “우리 아드을~”이라면서 나를 부른다. 그래서 나는 를 보면서 몇 번씩이고 울컥울컥했었다. 시사회장을 나서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엄마가 “아들~”이라고 반갑게 나를 불렀을 때, “엄마!”라고 대답하던 내 목소리는 엄마가 듣기에 많이 떨리고 있었을까. 무엇인가 투명하고 흐릿한 것이 눈동자에 차올랐다. 나는 얼마쯤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며 두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나를.. 2011. 6. 8.
[시] 기억의 집 - 이병률 찬란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이병률 (문학과지성사, 2010년) 상세보기 기억의 집 - 이병률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산이 되겠지 바위산이 되겠지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산을 파내어 동굴을 만들고 기둥을 받쳐 깊숙한 움을 만들어 기억에게 중얼중얼 말을 걸다 보면 걸다 보면 시월과 십일월 사이 누구나 여기 들어와 살면 누구나 귀신인 것처럼 아늑하겠지 철새들은 동굴 입구를 지키고 집이 하나로는 영 좁고 모자란 나는 해가 밝으면 동굴을 파고 파고 그러면 기억은 자꾸자꾸 몰려와 따뜻해지겠지 그 집은 실뭉치 같기도 하고 모자 같기도 하며 어쩌면 심장 속 같기도 하여서 겁먹은 채로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으면 보드랍고 따스한 온기가 잡혀와 아찔해진 마음은 곧 남이 되겠다고 남이 되겠다고 돌처럼.. 2011.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