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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없는 시간에의 떠밀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제목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 2004)
감독 : 유키시다 이사오
출연 : 오오사와 타카오(사쿠타로), 시바사키 코우(리츠코), 나가사와 미사미(아키),
모리야마 미라이(고교생 사쿠타로), 야마자키 츠토무(시게 아저씨)
기타 : 2004-10-08 개봉 / 138분 /로맨스, 멜로 / 12세 이상
서로를 응시하던 눈빛.
등으로 전해지던 가슴의 따스함.
꼭 잡은 손에서 느껴지던 온기.
첫사랑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
"잊고 있었던 게 안 믿겨져. 전부 소중한 것들인데……."
이 영화는 모두가 잊고 살던 첫사랑의 아련함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억 속 어딘가에 내던져 두었던 첫사랑의 기억들을 조금씩 떠올렸다. 왜 이렇게 희미해져 버린 것일까? 그때는 죽을 것처럼 가슴을 불태웠는데. 왜 이제는 다 타고 식어버린 재처럼 빛이 바래버린 것일까? 사쿠에게로 보내진 아키의 마지막 테이프는 이에 대한 답을 너무나도 명료하게 내려준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고, 소중했던 기억들은 그 안에서 조금씩 색이 바래져가는 법이라고. 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
왜 시간이 흘러?
시간은 흐르는 것이니까.
왜 기억들은 희미해져 가는 거야?
어떤 기억들이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색이 바래져 가니까.
희미해진 기억에 대한 거부와 수긍. 한쪽은 거부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고, 한쪽은 수긍하고 있기에 이해할 수 있다.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 사람들은 그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 많은 것들로부터 무감각해지고 무뎌진다. 그런 것을 두고 익숙함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대부분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소중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일부러 되새기지 않는다. 첫사랑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그 기억은 어느새 익숙해지고 무뎌질 대로 무뎌져서 가슴 한 켠 어느 구석진 자리에 먼지만을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다. 이 사실을 자연스럽게 수긍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시간과 기억이란, 아련함과 풋풋함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기억은 집착으로만 남는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집착이란 결국 현재에 와서 늘어놓는 과거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지난 시간은 그저 지난 시간일 뿐이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순간들도, 바로 지금, 시간에 떠밀려 과거가 되고 있다. 이 순간들에 충실할 줄 알았던 사람들은 과거의 시간과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수긍할 줄 안다. 하지만 그 순간들에 충실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고 난 뒤 한숨과 푸념만을 하며 과거에 대해 집착의 손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가끔 지난 시간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사쿠는 자신에게 밀려오는 시간들을 자연스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아키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담고, 리츠코를 향한 사랑에 최선을 다할 테니까. 한숨과 푸념만으로 일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키에 대한 기억이 아름답게 남아서 아련함과 풋풋함으로 가슴 시리게 자리잡게 될 것이니 말이다.
나는 어떨까. 내게도 지난 시간들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을까. 거짓말같은 시간들을 겪으며 다시는 연락도 하지 말고 마주치지도 말자고 말했지만, 언젠가 그녀도 나에게 가슴 시리게 기억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리라.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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