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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로그/다이어리

2014년 02월 26일 잡담

by 오후 세 시 2014. 2. 26.


#01 자존심


  바람이건 비이건 눈이건 내 마음 속에 똬리를 튼 자존심을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들이닥치는 시련만큼 자존심은 단단해질 테지. 혹은 닥쳐온 시련에 대한 변명의 포즈로 새로운 똬리를 틀 테지. 그것이 설령, 이뤄질 수 없는 절망 속의 고독한 깃대일지라도, 혹은 타인에게 비춰지기에 쓸데없어 뵈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아집일지라도, 그것은 결코 죽음에 이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구겨보기 위한 나의 노력이 있다 해도 아마 불가할 것이다. 그것은 자꾸만 단단해져간다. 그렇기에 두려운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심연의 괴물은 내가 살아있는 한 끝끝내 나를 휘감고 있을 것이기에. 



#02 이중성


  치장하자면 얼마든지 치장할 수 있다. 희망이랄까? 긍정에 겨운 흥얼거림이랄까? 몇 번이나 무릎을 꿇고 울분에 찬 눈물을 머금고 고배를 마시면서도 그런 치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찌 보면, 포장이고 기만이다. 힘겹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고, 티를 내지 않기 위한 가식이다. 상처 난 자존심의 이런 이중성이란, 참으로 우습다.



#03 애처로움


  처참하다. 내면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다. 그 와중에 꼿꼿하게 선 자존심이라니. 타인의 인정을 받을만한 정의도 아니고, 실증된 과학적 진리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만의 자존심일 뿐인데 어쩌면 저리도 끝끝내 버티고 서 있는 것일까. 한편으론 애처롭다. 아마 내 것이기에 더욱 그런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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