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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로그/With a Snap

2013년 겨울, 낙산사

by 오후 세 시 2014. 2. 24.




잘 가고 있나요? 당신을 보내고 나는 겨울 산사를 혼자 거닙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가 공허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 바람이 들어차거든요. 대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수평선에서부터 거친 질감으로 파도를 그립니다. 바람은 파도와 함께 내게로 오지요. 한폭의 그림을 내 눈 앞에 펼쳐 보이고, 바람은 마지막 붓끝을 털어내듯 풍경風磬을 울립니다. 잘 가고 있나요? 바람이 부니까 당신이 없어도 나는 괜찮습니다.


- 2013년 겨울, 낙산사.



사진 : 아이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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