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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이성복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1993, 문학과지성사
누군가의 삶에 내 삶을 밀착시키고 싶을 때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 음악 속에 촘촘하게 짜여진 누군가의 이야기같은 인생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엉성하기는 해도 현실에 부대끼며 하나의 인생 이야기를 부지런히 짜 나가고 있을, 어느 누군가의 진짜 삶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과 친하므로, 내 삶 또한 그 사람의 삶과 가까이 있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사람의 삶과 내 삶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간혹은 그 사람의 삶 속에 기대어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이 내 삶이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삶과 그 사람의 삶은 너무 멀다. 멀리 있는 그 사람의 삶은, 그래서 꿈처럼 감미롭고 달콤해 보인다. 그런 그 사람의 삶에 내 삶을 밀착시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머릿속으로나마, 완벽한 행복이 결여된, 그래서 까슬까슬하게 마르기만 한 내 삶을, 멀리 있는 그 사람의 삶 위에 가만히 포개어 볼 뿐이다. 비록 상상뿐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내 삶에도 약간의 온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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