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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로그/다이어리

너와 자주 자주 만나고 싶다.

by 오후 세 시 2010. 11. 7.

#01. 바람

 너와 자주 자주 만나고 싶다. 그래서 너에 대한 내 마음이 해지고 해져서 아주 너덜너덜해졌으면 좋겠다. 네가 가지고 있는 못난 점들과 좋지 못한 습관들, 세상을 바라보는 편견에 대해서도 다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너에 대해 갖고 있던 나의 모든 꿈과 희망이 보잘 것없는 망상일 뿐이었다고 치부해버리고 싶다.


#02. 개인적인 생각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했다. 왜 그랬던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너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한때는 네가 나를 자꾸 밀어낸다고 여겼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너에게 선을 긋고 넘어오지 말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너와 나는 애초부터 특이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난 시작조차 하질 못하고 먼 거리에서 너를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상처받는 게 두려웠고, 그래서 너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와 나를 규정지어버린 체제 앞에서 몸을 사렸다. 내 주변 상황은 너무나 거지 같았다.


#03. 상황

 너와 내가 놓인 이 거지같은 상황과 너에 대한 내 마음, 이 둘은 조화롭게 일치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한 가지는 포기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상황은 포기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너도 늘 인정을 했다. 상황, 그것은 견고했다. 그건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에 의해 다져진 관습이고 허물 수 없는 금기였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무너뜨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건 거의 전복시킬 수 없는 불가능한 사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포기해야 하는 건 너에 대한 내 마음이 되어버렸다.


#04. 바람의 이유

 그러니까 너와 자주 자주 만나고 싶다.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너와 자주 자주 만나고 너에 대한 내 마음이 해질 대로 해지면, 그래서 네가 그냥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는 보통 사람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네가 특별할 것 없는 사람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네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면, 그때가 되어서야 너에 대한 내 마음이 무너질 것만 같다. 너를 오래 오래 보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면 네가 초점 나간 사진처럼 흐려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 건 다 착오였다. 닿을 수 없다고 여기면 여길수록 목마름은 더 심해져 갔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너와 자주 자주 만나고 싶다. 그래서 너에 대한 내 마음을 헌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싶다.


#05. 결론

 그러면, 조금 수월해질 수 있을는지도. 너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06. 착각

 나는 모든 게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쿨한 척하는 건데, 그게 참 쉽지가 않더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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