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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로그/다이어리

행복을 느낄 때

by 오후 세 시 2008. 5. 15.
  어제는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느라 진이 다 빠져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뻗었다. 3시간 가량의 야자 시간은 왜 이리 더디던지. 처음 접하는 야자 감독에 손발은 또 어찌나 쭈뼛거리고 오그라들던지. 그래도 그 시간 동안 수업지도안도 대-충 훑어보고, 내 마음을 자꾸만 빼앗던 『마음사전』도 모조리 읽어냈다. 조만간 『마음사전』에 관한 포스팅을 해야겠다.

  아이들의 쉴새 없는 소곤거림이 내겐 기분 좋은 울림으로 들려왔다. 감독 선생님께서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책상에 얼둘을 잽싸게 파묻고 고요해지는 교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입가엔 절로 미소가 감돈다. 비록 11시 정도에 집에 들어와 피곤에 절은 몸을 누이며 힘들다는 말을 푸념처럼 내뱉긴 했지만, 그 피곤함은 알싸하게 나른하면서도 뿌듯한 피곤함이었다.

  며칠 전에 도서관에 올라갔더니 벽에 그려넣은 매화 꽃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 선생님께서 직접 그려넣은 것인지, 아이들이 그려넣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흰 벽에 고동색 나뭇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짙은 분홍빛으로 점점이 피어난 매화 꽃 그림은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행복이라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어떤 이유도 없이 비롯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한가 보다. 타학교보다 고된 실습 과정이지만, 그래도 피곤한 하루하루 속엔 분명 소소한 행복들이 머물러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행복하고 뿌듯한 피곤함(이상한 피곤함이지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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