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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로그/My Anthology

변기 청소

by 오후 세 시 2010. 11. 19.
오랜만에 변기를 닦는다.

오래 묵어 미끌거리는 뿌연 물때와
변기에서조차 소화불량인 검은 잔변들과
점점이 튀어 말라붙은 누런 소변의 잔해들은
지저분하게 변기를 옹위하며 눌러붙어 있다.

이것 참, 얼마 만에 변기를 닦는 건지.

락스로 군세를 혼란시키고
청소솔로 병력들을 제거하고
물을 부어 널부러진 시체들을 쓸어버리고
마른 걸레로 축축한 물기를 닦아내면
변기는 비로소 평화로워진다.

아! 반짝반짝 윤이 나는 변기,
무선공책의 여백마냥 결백하다.
변기가 평화로워지자
결백한 변기 위에 배변의 욕구가 치민다.
맑고 시원한 퐁당! 소리가 듣고 싶다.



初 : 2010. 11. 18.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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