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로그/에피그램2 이따금씩 그런 저녁 그때, 유월의 저녁이었어, 막 여름이 시작되고 풀내음이 짙게 맡아지던.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나뭇잎끼리 부대끼는 소리가 났어. 기름에 쩌들어 검어진 흙들이 깔려 있는 유류고에서 나는 그 편지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읽었었는데. 네가 돌아오던 경춘선 마지막 열차 소리가 멀리서 멀리서 들리는 듯했어. 짧았던 오후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 아무 것도. 너를 생각하고 왜 우리가 손을 놓아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는 일 외엔, 아무것도. 2009. 5. 11. 秋雨零 秋夜落淸雨 空天滿皎絪 雨音盈不演 孤我戀情人 근심과 보고픔은 비슷한 것이었나? 지상에 쌓여가는 빗방울처럼 근심과 보고픔 모두 자꾸만 쌓여간다. 물꼬를 트고 줄기를 이뤄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쌓이고 쌓여 가득 차기만 한다. 2009. 4.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