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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관심/음악

My Compilation Album 1st, [The Letter I Couldn't Send|2011. 05]

by 오후 세 시 2011. 5. 23.


The Letter I Couldn't Send


01. 봄눈 - 박지윤 [꽃, 다시 첫 번째|2009]
02.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 김연우 [사랑을 놓치다 |2006]
03.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 Toy(Vocal. 윤하) [Thank You|2007]
04. 춘천가는 기차 - 김현철 [춘천가는 기차|1989]
05. At Your Best - Aaliyah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1994]
06. One Love - 1TYM [2nd Round|2000]
07. Kissing You - Des'ree [Romeo + Juliet O.S.T |1996]
08. Say You Love Me - M.Y.M.P [Acoustic Proposal|2009]
09. When You Believe - Whitney Houston & Mariah Carey [The Prince Of Egypt O.S.T|1998]
10. A Winter Story - Remedios [Love Letter O.S.T|1999]





01. 봄눈 - 박지윤 [꽃, 다시 첫 번째|2009]
  혹시 기억하고 있나요? 우리 그때 말예요, 25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들고 도서관 옆 잔디밭으로 가던 길에, 농대에서 도서관으로 오던 어떤 남학생의 스쿠터를 피하느라 커피를 반 넘게 쏟았었잖아요. 다행히 당신에겐 커피가 쏟아지지 않았지만 내 흰 운동화와 청바지는 커피로 얼룩덜룩해졌었죠. 당신은 내게 물티슈를 여러 장 건네주며 커피를 다시 뽑아오겠다고 했어요. 내가 같이 가자고 하자, 당신은 커피자국이나 얼른 닦아내라며 핀잔을 줬죠. 나는 벤치에 앉아 허리를 구부리고, 물티슈로 운동화를 훔치며, 양손에 커피를 뽑아들고 오는 당신을, 조바심내며 바라보았어요. 누군가와 부딪치지는 않을까, 발을 헛딛거나 하진 않을까. 벤치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운동화를 닦다 당신을 바라보다 하는 내가 재밌었는지 당신은 내게 오다 말고 잠시 멈춰서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긴 생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리고 앞으로 넘어질 듯이 웃던 당신. 양손으로는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꼭 잡고 높은 목소리로 깔깔거리며 웃던 당신. 기억하나요? 그때 내가 처음으로 당신에게 말을 놓았었잖아요. 뭘 그렇게 웃느냐고. 그러자 당신은 웃음이 다 가시지도 않은 상태로 내게 대꾸했어요. "어허허하하, 뭐야? 지금 말 놓은 거예요오? 호하하 그럼 나도 이제 말 놓는다아~ 아하하하하 " 봄이 오고 있었어요. 그때 날 향해 오다 멈춰선 자리에서, 커피를 양손에 들고 하염없이 웃던 당신은, 봄눈처럼..., 세상에서 제일 눈부셨었어요.



02.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 김연우 [사랑을 놓치다 |2006]
  교생 실습을 나가는 학교가 정해지던 날이었지요. 그날 우린 사범대학교 앞에서 동기들과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어요. 4월 중순 무렵이었죠. 우리가 옹기종기 모여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당신은 학군단 운동장이 내려다 보이는 계단 끝에 서서 먼 풍경을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짙은 보라색 플레어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 개나리색 니트 가디건과 연노랑 플랫슈즈. 그날 당신의 머리카락은, 머리 위로 틀어올려져 있었지요. 그리고 그 중 몇 가닥은 옆으로 흘러내려 있었고요. 내가 동기들과 잡담을 나누다 고개를 돌려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을 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어요. 바람이 불었고, 당신의 머리카락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조용히 날렸습니다. 나는 그 순간,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시간이 멈춘 듯 서 있었습니다. 동기들의 잡담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어요. 세상엔 오로지 당신과 나 둘 뿐인 것만 같았지요. 그때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고백해야 했었나 봅니다. 그 날 이후 바람은 다시 불지 않았거든요.



03.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 Toy(Vocal. 윤하) [Thank You|2007]
  우리가 잘 가던 너와집, 쉐리프, 캠퍼스 노래방, 후평동 꼼장어집과 인공폭포 앞 곱창집.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사람들. 나에게 잘 해주었고, 내가 늘 잘 해주고 싶던 사람들.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경쾌하고 발랄하고 행복했던 시간들. 그땐 행복했는데 지금 떠올리면 뭔가 가슴 저린 기억들. 당신들에게 한 장, 한 장, 편지를 써 부쳤어야 했는데, 지금에 와 이야기합니다. 고마웠고, 고맙습니다. 2년 반이라는 시간이 당신들 때문에 빛났습니다.



04. 춘천가는 기차 - 김현철 [춘천가는 기차|1989]
  회현역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온 당신은 내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을 거예요. 한 시간이었는지, 두 시간이었는지, 그 강의 시간 동안 그 학원 앞에 마냥 서 있는 게 좀 부담스러웠었어요. 당신이 당황한 채로 내게 두 번인가 세 번, 전화를 했었는데 난 또 그 전화를 받지 못했죠. 그때 난 카페에 앉아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거든요. 당신은 알리앙스 프랑세즈 앞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았겠죠. 하얗고 조그만 손으로는 당시 이영애가 광고하던 드라마라는 빨간 휴대폰을 쉼없이 만지작거렸을 테고요. 부재중 통화 기록을 확인한 나는 부리나케 당신에게 전화를 하며 가방을 챙겨들었습니다. 회현역 앞에서 만난 당신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어요. 당신은 내게 달려와 양 팔로 내 오른팔을 부여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어디 갔었어? 잃어버린 줄 알았잖아."라고 말하곤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왼팔로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내 눈가도 조금 촉촉해졌지요. 당신이 날 이렇게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에 콧잔등이 시큰했습니다. 오래 전에 당신에게 날 그렇게 소중히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네요.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당신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 정말 행복했습니다.



05. At Your Best - Aaliyah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1994]
  늘 부정하고 푸념하고 후회하지만, 그래도 당신들은 그 순간 순간 내게 최고였습니다.



06. One Love - 1TYM [2nd Round|2000]
  잘 있니? 너의 이름이 어렴풋하다. 아마 '연'이라는 글자가 너의 이름 중의 한 글자였던 것 같은데. '연희'였는지 '연화'이었는지, 혹은 '수연'이나 '재연'이었을 수도 있겠다. 2000년 겨울 알프스 스키장에서 만났던 너는 스키하우스 구석진 곳에서 만쥬를 팔고 있었지. 나는 사물함 대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그때 너는 친구인 만쥬 가게 사장님 딸과 함께 겨울방학 동안 만쥬를 파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었단다. 우리가 친해진 건 네가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 대여점을 종종 찾았기 때문이었어. 난 그때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대학생이었고, 넌 아마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고등학생이었던 걸로 기억되는구나. 우리 종종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같이 마셨었는데. 한 번은 폭설이 내려서 스키장 버스가 운행을 못할 때, 네 덕분에 만쥬 가게 사장님 차를 타고 함께 산을 내려가기도 했었지. 혹 기억이 날는지 모르겠다. 이 노래는 우리가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였는데 말이야. 이 노래를 들으면 2000년 겨울이 새록새록 떠오른단다. 더불어 너와 나누었던 우정도. 이젠 너도 어느새 서른을 바라보는 어엿한 숙녀가 되었겠구나. 언젠가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날이 올까? 가끔은 네가 아주 많이 그립다.



07. Kissing You - Des'ree [Romeo + Juliet O.S.T |1996]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수 가문이었어요. 나는 그런 극단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비극적인 사랑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비극의 씨앗은 꼭 그런 곳에서만 싹을 틔우는 게 아니더군요. 그래도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죽음만이 비극적인 사랑을 완결시켜준다고 믿진 않습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당신과 내가 반드시 두 손을 마주 잡고 키스해야만 사랑을 확인받을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손을 붙잡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키스하지도 않겠어요. 당연히 죽음은 택하지도 않겠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손을 맞잡는 순간, 우리가 서로에게 키스하는 순간, 사랑은 완성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랑의 결말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결말로 향하는 그 과정 속에만 영원히 살겠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만 강렬히 당신을 원하고 또 열망하겠습니다.
P.S. 그게 힘들 거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방도가 없군요.



08. Say You Love Me - M.Y.M.P [Acoustic Proposal|2009]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당신을 많이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편이 나았는지도 몰라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당신이 날 그렇게 생각해 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어요. 당신이 나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 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내 이기심을 채워가며 당신에게 상처만 줬네요. 당신은 아마 나 때문에 많이 고통스러웠겠죠.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이제 와 당신의 마음을 알았다고 해도 당신을 보듬어줄 용기가 내게는 없어요. 미안함 때문이겠죠. 미안함 때문일 겁니다. 당신은 나와 당신을 위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인데, 나는 속좁게 당신을 보채기만 했었죠. 미안합니다. 하지만 나에 대한 당신의 마음은 차라리 듣지 않는 편이 나았는지 몰라요.



09. When You Believe - Whitney Houston & Mariah Carey [The Prince Of Egypt O.S.T|1998]
  당신은 당신의 좁은 방이 누추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문을 연 당신의 얼굴에서 들어오라는 표정을 읽었을 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까봐 난 조금 미안했어요.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방이 좁았기 때문에 참 아늑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날 우리가 함께 저녁을 먹었던가요? 저녁을 먹고 맥주도 한 잔 정도 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우린 그 좁은 방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고요, 지난 옛일들을 떠올리며 간간히 웃기도 했습니다.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지, 아님 당신이 부러 시디를 넣었는지, 시디플레이어가 달린 90년대식 카세트라디오에서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의 'When You Bleieve'가 흘러나오자, 당신이 이야기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야." 그날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처음 알았어요. 우리는 말없이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카세트라디오의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었죠. 노랫말처럼 내가 당신을 하염없이 믿었더라면 지금의 나와 당신은 조금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그날 당신의 좁은 방에는 'When You Bleieve'가 가득 울리고 있었고, 나도 그때만큼은 당신에 대한 믿음을 가득 채웠던 것 같네요.



10. A Winter Story - Remedios [Love Letter O.S.T|1999]
  벌써 10년도 더 됐네요. 중앙극장이었는지, 대원극장이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시장 입구에 있던 그 극장 앞에서 우리 만났었나요? 난 교복 주머니에 수능 성적표를 꼬깃하게 접어 넣고 당신을 만났었죠. 그 날은 수능 성적표가 나왔던 날이에요. 한겨울이었는데, 우린 거기서 만나 함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봤었요. 10년도 더 된 영화라 그런지 내용은 잘 기억나질 않네요. 아님 옆에 있던 당신을 신경쓰느라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죠. 영화를 보고 나와서 우린 무얼 했었나요? 그것도 기억나질 않아요. 이상합니다. 이상하게 당신과 단둘이 만났던 날은 주변의 풍경도, 우리가 했던 대화도, 우리가 먹었던 음식도 잘 생각나질 않아요. 당신과 단둘이 만나 너무 행복했었다는 그 느낌만 강하게 드네요. 그나마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은 교복을 입고 서로를 어색해하던 당신과 나, 그리고 설원을 배경으로 피아노 연주가 참 아름다웠던 이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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